12년차 세일즈 맨에게 배운 연애와 세일즈의 원리: 기대치 조율

기대치 조율 | 12년차 세일즈 맨에게 연애와 영업을 배우다

*해당 post는 일상에서 나눈 대화를 블로그로 옮겨 작성되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은 평소 포스팅과 다소 분위기가 다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리캐치 가은입니다. 저는 사업개발과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 세일즈에 관심이 생겼어요. 가장 앞서서 잠재 고객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리캐치의 노아가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노아를 볼 때마다 ‘저 세일즈 배우고 싶어요!’라고 장난스레 말씀드렸습니다. 

어느 날 노아가 절 조용히 부르시더니 “가은님 진짜 세일즈가 하고 싶어요?”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렇게 두려움 반 기대 반 1:1 세일즈 과외를 받았습니다. 노아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세일즈는 000 00”이었어요. 혼자만 듣기 아까워서 그날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가은님, 연애 잘하세요?

노아: 세일즈는 연애랑 비슷해요.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가 원하는 것만 가득하다는 것이라 생각해요. 상대방에게 앞서서 기대하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상처받고요. 그래서 연애를 성공하려면 철저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일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세일즈 맨은 우리 제품의 디테일한 기능을 잘 알아요. 그래서 그걸 막 어필하죠. 소개팅에서 내 직업, 내 차, 내 학벌을 어필하는 것처럼요. 그걸 듣고 상대가 날 좋아해주길 바라죠. 그런데 소개팅에서 성공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일즈에서 성공하려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오늘 왜 이 소개팅에 나왔지?”를 파악하는 거죠.

나는 진짜 결혼할 사람을 만나러 왔는데, 상대방은 부모님의 화에 못 이겨서 나왔을 수 있거든요. 나는 당연히 애프터까지 기대하는데, 상대방은 밥도 안 먹고 차만 마시고 갈 생각일 수도 있어요. 근데 이런 차이가 세일즈에서도 빈번히 발생해요. 나는 이번 세일즈 미팅에서 제품 계약까지 결정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잠재 고객은 그냥 웹서핑하다가 메일 주소만 남긴 걸 수도 있잖아요.

가은: 상대방과 나의 기대가 다를 수 있다는 거군요!

노아: 맞아요. 특히 B2B 세일즈에서는 각자 기대가 정말 달라요. 대표는 이 툴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도, 실무자는 제품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죠. 세일즈 맨이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제품을 어필하지만, 상대방은 툴이 필요한 문제 상황에 대해서 공감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저는 이걸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기대치 조율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일즈는 기대치 조율이 전부예요.

가은: 그래서 노아가 매일 ‘기대치 조율’이란 용어를 사용하시는 거군요. 기대치 조율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노아: 쉽게 말해서 기대치 조율은 세일즈 퍼널에서 잠재 고객의 기대를 사전에 파악하고, 조금씩 단계별로 상대방의 기대치를 올리는 전략입니다. 공식 용어는 아니고요(웃음), 제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에요. 

예를 들어서 마케팅 리드(MQL)를 세일즈 리드(SQL)로 만들기 위해서 세일즈 미팅을 수립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게요. 보통 세일즈 맨은 ‘미팅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상대방이 미팅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세일즈 미팅에 오는 잠재 고객은 제품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왔을 가능성이 낮아요. ‘대충 제품이나 서비스 설명을 들어야겠다’ 정도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미팅 전후로 “이 미팅을 통해서 저희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 싶어요”, “저는 이 미팅을 통해서 당신의 고민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듣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면 별 기대가 없었던 고객도 무의식적으로 ‘아 이 미팅을 통해서 우리 회사의 비효율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겠구나’, ‘이 미팅의 목적은 단순 서비스 소개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찾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서비스 소개’라는 모호했던 기대가 ‘비효율 해결’로 분명해지고 커졌죠. 상대방이 조금 더 명확하게 기대하도록 유도한 것인데요. 이렇게 기대치 조율은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기대치를 심어줌으로써, 상대방이 원하는 바와 내가 원하는 바를 점점 가깝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은: 이해가 될 듯 말 듯 한데요. 기대치 조율이란 (1) 상대방의 입장에서 기대치를 사전에 파악하고 (2) 상대방이 좀 더 큰 기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인가요?

노아: 맞아요! 그런데 기대치 유도가 절대 부담스럽게 이뤄져서는 안됩니다. 다시 소개팅으로 돌아가 볼게요. 갑자기 상대방의 기대치를 올려야겠다고 “저는 여기 결혼할 사람 찾으러 왔어요”라고 말하면 망하는 거죠.

리캐치 Noah Kim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노아

기대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점점 커져요.

가은: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게 상대방의 기대를 키울 수 있는 거죠?

노아: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이에요. 보통 세일즈 미팅에서는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는데요. 저는 의도적으로 질문을 자주 하려고 노력합니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자신의 문제 상황과 원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해요. 

예컨대 저는 “왜 저희 서비스 홈페이지에 들어오시게 되었나요?”라고 여쭤봅니다. 서비스가 비싸다고 이야기하면, “왜 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여쭤요. 질문을 촘촘히 배치합니다. 고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세일즈 맨과 기대치가 조율되거든요.

가은: 세일즈 잘하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세일즈 맨의 역할은 좋은 질문을 하고, 상대방의 대답을 잘 듣는 사람이네요.

노아: 맞아요. 기대치 조율을 세일즈에 적용하면, 미팅에서 세일즈 맨의 스크립트가 완전히 바뀌어요. 상대방이 왜 우리 웹사이트에 찾아 왔는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이 미팅 다음에는 어떤 절차를 원하는지 철저히 질문을 통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빌드업해 나가야 해요. 

예를 들어 잠재 고객과 미팅 날짜가 잡혔다면, 저는 그냥 미팅을 기다리진 않아요. 미팅 일자가 잡힌 날부터 기대치 조율을 시작합니다. 미팅 전에 먼저 전화를 드려요. “다음 주에 저희가 미팅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시간이 OO님께 더 유의미한 시간이 되게 만들고 싶어서요. 5분 정도 통화 가능하신가요? 미팅 전에 궁금한 점이 3가지 있어요.”라는 식입니다.

전화를 하면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기대를 높이기도 합니다. 잠재 고객이 ‘아 나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이렇게 준비하는구나.’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미팅이 진행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럼 미팅은 단순히 처음 만나는 관계가 아니게 됩니다. 이미 온도와 기대치가 조금 높아진 상황에서 미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러면 더 많은 문제를 더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세일즈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는 비즈니스캔버스 세일즈 노아
리캐치는 세일즈 디너 클럽에서 다른 세일즈 팀들과 함께 세일즈 고민을 나누고 있어요.

미팅 후에도 상대방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해요.

가은: 노아님이 항상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이유가 있었군요! 😲 미팅만 잡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노아: 미팅 후에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미팅 전에 상대방에게 “저희 제품을 당장 도입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저희 제품을 도입하신다면 언제 즈음 도입하고 싶으세요?”, “제품 도입을 위해 논의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요?”, “상위에 의사결정권자가 또 있나요?”, “그분은 누구인가요?”, “그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등의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우리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추가로 해야하는지 알 수 있어요. “아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이렇게 정리해서 언제까지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군요. 그러면 제가 상부에 보고할 내용3일 뒤까지 정리해서 전달해 드릴게요. 그걸 토대로 보고하시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합니다. 

“아 구두로 제품을 보고하신다고요? 그러면 제가 5문장으로 스크립트를 작성해 드릴게요. 그걸 그대로 활용해보세요”, “내부 기안서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요? 저희 서비스 소개서에 있는 내용을 텍스트로 전달드릴게요”라는 식입니다. 

상대방이 해야 할 도입 프로세스까지 도와드리는 거죠. 그러면 기대치가 또 자연스럽게 높아져요. 제품 도입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게 되죠. 온보딩도 그냥 제품 소개로 끝나지 않습니다. “저희가 세일즈 미팅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드리기로 했는데요, 3개월 뒤 팔로업 미팅을 잡아서 진짜 이 부분이 개선되었는지 확인해볼까요? 그 기준 수치는 이만큼 설정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요. 제품 결제 이후에도 명확한 타임라인기대치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와 고객은 서로가 원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상태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세일즈 터치를 통해 조금씩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우리가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그리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넓은 시각에서 고민하는 것입니다. 다음 만남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어야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거든요. 연애도 세일즈도요. 

가은님, 이제 세일즈 할 수 있겠어요?

가은: 저는 짝사랑이 마음 편한 것 같아요… 😅

B2B 세일즈를 위한 기대치 조율 Tip 5

  • 미팅 전
    • 상대방의 기대치를 사전에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 전화로 상대방의 기대치를 올리기
  • 미팅 중
    • 질문을 촘촘히 배치해서 상대방와 기대 조율하기
    • 상대방이 다음 단계에서 해야 할 일 파악하고 도와드리기
  • 미팅 후
    • 다음 단계의 명확한 타임라인과 기준치 설정하고 공유하기

여러분은 노아님의 이야기가 와닿으셨나요? 사실 저는 이 시간 이후로 세일즈를 넘어 인간 관계에 대한 관점 자체가 바뀐 것 같은데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은 섬세하게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게 상대방의 기대를 높이고, 그 기대를 실현시켜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이 기대치 조율의 마스터가 되는 날까지 화이팅입니다!

노아의 세일즈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시다면 ‘세일즈 미팅 성공을 위한 위닝 시나리오 준비하기‘ 글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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