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명이 모인 CES 2026, 직접 걸으며 발견한 B2B의 힌트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14만 8,000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수많은 발걸음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세계 최대 ICT 융합 전시회 CES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CES 2026에 참석한 기업은 총 4,100개로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해요. 글로벌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 각양각색의 기업이 먼 나라 타지에 부스를 설치하고 발로 뛰었습니다.
리캐치 역시 견학 차원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현장을 방문했는데요. 직접 마주한 전시회 현장은 상상 이상으로 에너지 넘쳤습니다. 카지노와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환락의 도시를 속속들이 채운 수백 개의 부스들. 그곳에서 배낭을 메고, 혹은 정장을 차려입고 서 있는 개발자와 의사결정자들까지. 국적과 직책을 불문하고 현장에 자리한 모두가 “한 곳만 더”를 외치며 발바닥 아프도록 부스를 돌았습니다.
열띤 현장을 바라보며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에, 왜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만남’에 투자할까?” 일각에서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CES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투자하는 비용 대비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거죠. 과연 리캐치가 직접 마주한 CES 현장은 어땠을까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CES 2026 현장을 누비며 보고 느낀 것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B2B 마케팅의 힌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콘텐츠 순서
CES 2026에서 본 두 개의 세계: 보여주는 자(B2C) vs 초대하는 자(B2B)

이번 CES 2026의 화두는 ‘피지컬 AI’였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물리적 환경에서 구현하고 적용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의 실물 하드웨어에 탑재하는 AI를 뜻합니다. AI가 개념을 넘어 실세계로 퍼져나가는 흐름. 그래서인지 B2C와 B2B 기업 모두 ‘보여주는 방식’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누구에게 보여주느냐’와 ‘무엇을 얻으려 하느냐’는 여전히 달랐습니다. 같은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부스는 인파로 북적였고, 어떤 부스는 조용했죠. 인기의 차이가 아닙니다. 애초에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B2C 부스는 ‘바이럴’이 목표입니다. 설명 없이 바로 체험할 수 있는 제품, 자연스럽게 촬영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동선, 현장에서 콘텐츠가 생성되고 확산하는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테크 유튜버들이 CES를 키웠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광경이었어요.

퀀티티보다 퀄리티, 이들의 전시회는 이미 시작되었다
반면 B2B 부스는 ‘세일즈’가 목적입니다. 그리고 그 세일즈는 CES 현장이 아니라, 몇 달 전부터 시작됩니다.
몇몇 글로벌 B2B 기업들의 부스 앞에는 ‘Invitation Only’ 표지판이 서 있었습니다. 미팅룸을 따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누구를 초대할지, 어떤 의제로 만날지가 이미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100명의 방문자보다 1번의 의미 있는 미팅이 목표인 거죠.
미팅 수립을 위한 일발장전. 필요한 것은 치밀한 밑그림입니다. CES의 성패는 사전에 결정된다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CES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는 B2B 기업은 현장 방문 훨씬 이전부터 준비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목표로 하는 고객 리스트를 쌓고, 그들의 배경과 니즈를 분석하며, 사전 컨택을 통해 미팅을 확정합니다. 전시회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방문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을 먼저 정하고 그들을 초대하는 식인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대략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요. 먼저 CES 참가 목적과 타겟 고객을 명확히 한 다음, 잠재고객별 히스토리를 분석해 맞춤형 초대 전략을 세웁니다. 우리의 어떤 부분을 내세울 때 그들이 흥미를 가질지 판단하는 거죠. 이후 이메일, 링크드인 등 다양한 연락 수단을 통해 사전 컨택을 진행합니다. 미팅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의제를 공유하고 부스 동선과 위닝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설계합니다. 그렇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누구를 만날지, 무엇을 보여줄지가 정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단순히 부스를 열고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전략적으로 설계한 미팅으로 성과를 발굴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미팅을 위해 전시회에 방문하는 참관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CEIR(미국 전시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시회 참관객의 76%는 방문할 부스 목록을 미리 작성하고 행사장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결국 양측 모두 ‘사전에 약속된 만남’을 가진다는 거죠.
이처럼 B2B 기업에게 CES는 단순히 보여주는 공간이 아닌, 영업의 장이었어요. 이들의 무대는 CES가 열리기 두 달 전,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CES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기회와 협업의 장

그렇다고 해서 CES가 고객만을 만나는 자리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전시장을 누비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부스와 부스 간의 교류였어요. 일례로 전기차 충전 기술 기업과 배터리 보관 솔루션 기업이 서로의 부스를 오가며 파트너십을 논의하는 장면이 기억나는데요. 이처럼 CES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는 장이기도 했습니다. B2C와 B2B, 기업 거래 형태를 막론하고 15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라스베이거스로 모인 이유는 결국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만남의 밀도’ 때문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CES 2026, 수많은 발걸음의 동력은 ‘팬심’
제로 클릭의 시대. 최소 행동을 추구하는 시대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사람들은 스스로 움직이고, 줄을 서고, 기록하고, 공유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시장에 모인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팬심’이었습니다. 팬들은 제품을 구경만 하지 않습니다. 직접 촬영하고, 기록하고, 공유하죠. 사전 예약 후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부스를 체험하는 모습에서는 소비를 넘어 브랜드를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개중에는 CES 자체를 향한 팬심도 있었어요. 새로운 기술을 먼저 만나는 장소, 미디어의 시선이 쏠리는 한 해의 출발점. CES는 전시회를 넘어 하나의 경험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견한 것은 ‘사람’을 향한 팬심이었습니다. 엔비디아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미국의 B2B 기업이죠. 사실 엔비디아가 주력하는 제품은 대중이 직접 돈을 주고 사는 부류가 아닙니다. AI 칩, GPU 등 오히려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제품군이죠.
* 팹리스(Fabless): 자체 생산 시설(Fab) 없이 반도체 설계와 판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젠슨 황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어요. 공항부터 옥외 광고까지 이어진 키노트 홍보, 수백 미터에 달하는 대기 줄은 기술만큼이나 사람이 신뢰와 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AI 시대에 오히려 사람이 더 큰 힘을 얻는다는 것이요. 바로 AI 시대의 역설입니다. 정보는 넘쳐나고, AI가 3초 만에 그럴듯한 제품 소개서를 써주고, 비교표를 만들어 요약해 줍니다. 고객도 그걸 압니다. 그래서 더 이상 ‘잘 쓴 글’이 신뢰를 만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믿을 수 있는 목소리’를 찾습니다. CES 2026에서 본 팬심은 그 변화의 신호였습니다.
누가 말하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이 팬심을 만드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엔비디아의 기조연설은 단순히 눈길을 사로잡는 소비자 기기 발표에 머무르지 않아요. CES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게임 성능 향상이나 파트너사 제품 소개도 있었지만, 진정한 핵심은 “AI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 시대에 ‘인프라’의 의미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어요.
어쩌면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위 질문에 대한 젠슨 황의 답변이 궁금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의 기술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고, 이 변화가 앞으로 무엇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기술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어 갈지에 대한 업계 리더의 관점과 시야를 보고 듣기 위해서요. 그리고 이러한 큰 그림 위에서 제품과 새로운 기술 이야기가 전해질 때, 그 메시지는 단순한 발표를 넘어 훨씬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이렇게 칩을 파는 B2B 기업인 엔비디아에서도 CEO가 브랜드의 신뢰를 만들어내고 있듯, 기술뿐 아니라 ‘기술을 설명하는 사람’이 차별화 요소가 된 것이죠. B2C에서는 외부 인플루언서가 이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B2B에서는 또 다릅니다. 고객이 신뢰하는 건 실제로 그 기술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의 목소리예요.
2026년 B2B 마케팅 전망, ‘임플로이언서’

이 같은 흐름을 임플로이언서(Employee + Influencer), 또는 직원 앰배서더(Employee Advocacy)라고 부릅니다. 회사의 공식 보도자료보다, 개발 팀장이 링크드인에 올린 ‘기술을 만들며 겪은 실패와 극복 과정’이 더 많은 공감과 대화를 이끌어냅니다. 실제 세일즈 리드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2026년 B2B 마케팅 전망에서 직원 앰배서더는 핵심 전략으로 예측되며, 링크드인은 B2B에서 다른 플랫폼 대비 2배 높은 전환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AI가 콘텐츠를 대신 만들어주는 시대, 역설적으로 사람의 목소리는 더 희소해졌습니다. 링크드인과 같은 채널에서 실제 직원이 이야기하는 본인의 경험과 기술, 고민의 깊이는 AI가 대신 써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원이 기획한 콘텐츠는 브랜드 자체 콘텐츠 대비 8배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고 해요. 링크드인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직원이 게시물을 올리면 해당 콘텐츠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피드에 자연스럽게 노출됩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업계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도 존재하죠. 이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영향력은 타깃이 불분명한 고가의 광고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거예요.
더 빠르게, 더 많이 말해야 하는 시대인 것도 맞지만 누가 말하느냐,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하냐 역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AI가 정보를 요약해 주는 시대일수록, 사람의 경험과 목소리는 더 큰 무게를 갖습니다. CES를 비롯한 오프라인 전시회가 바로 ‘사람’이 직접 만나고, 이야기하고, 신뢰를 쌓는 기회의 장입니다. 사전에 전략을 세우고, 현장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그 경험을 다시 전문가의 목소리로 전하는 흐름. 이런 방식들이 앞으로 점점 더 주목받을 거라 예상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CES는 한 해의 시작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기술의 방향이 보이고, 시장의 온도가 느껴지며, ‘앞으로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묻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국내 기업들의 열정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리캐치는 이런 기업들이 해외 무대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이번 CES 방문은 이들의 어려움을 직접 마주하고, 함께 고민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어요.
CES 현장을 누비며 느낀 이 감각을 잊지 않고, 2026년에도 여러분의 마케팅과 세일즈에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전하겠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고민하고 있을 모든 팀의 2026년을 응원합니다.
365일 작동하는
‘글로벌 세일즈 엔진’을 만드세요.
꿈에 그리던 글로벌 리드 발굴, 영문 웹사이트, 미팅 수립, 세일즈 클로징까지
전문가와 함께 시행착오를 줄여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