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클릭 시대, B2B 마케팅이 살아남는 2가지 전략
제로클릭 시대의 B2B 마케팅 위기
“구글에서 1위 했는데 왜 트래픽이 이렇게 적지?” 최근 많은 B2B 마케터들이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분명 검색 순위는 올라갔는데,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예전만 못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용자들이 더 이상 웹사이트를 클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I가 검색 결과에서 바로 답을 제공하면서, 굳이 웹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찾을 필요가 사라진 것이죠. Bain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의 80%가 검색의 40% 이상을 ‘제로클릭’으로 해결한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트래픽 감소를 넘어 마케팅 퍼널 자체의 위기를 의미합니다. 전통적인 B2B 마케팅은 인지(Awareness) 단계에서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자연스럽게 고려(Consideration) → 결정(Decision) 단계로 유도하는 퍼널 구조에 의존해왔습니다. 하지만 제로클릭 환경에서는 고객들이 첫 번째 단계인 ‘인지’에서 멈춰버립니다. 정보는 얻었지만 우리 브랜드와의 접점은 형성되지 않은 채로 검색을 마무리하는 것이죠.

문제의 본질: 모든 정보가 AI로 요약되는 시대
검색 환경의 변화는 점진적이지 않습니다.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ChatGPT, Perplexity 같은 AI 검색 엔진의 등장과 함께 구글마저 AI 모드 기능을 도입하면서, 검색의 기본 구조가 ‘링크 제공’에서 ‘답변 제공’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검색엔진이 “여기 관련 정보가 있는 웹사이트들이야”라고 안내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네가 원하는 답은 이거야”라고 직접 대답해주는 구조로 진화한 것입니다. 특히 B2B 영역에서 자주 검색되는 “OOO란 무엇인가”, “OOO 도입 방법”, “OOO vs OOO 비교” 같은 정보성 쿼리들이 AI 요약의 가장 쉬운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들은 구조가 명확하고 팩트 기반이어서 AI가 여러 소스를 조합해 요약하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출처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여러 웹사이트의 정보를 종합하지만, 사용자는 그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AI의 지식으로 흡수되면서, 브랜드와의 연결고리는 사라지고 정보만 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생존 전략 1: First-Party Data 기반 독점 콘텐츠
전통적인 B2B 마케팅 퍼널을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인지(Awareness) → 관심(Interest) → 고려(Consideration) → 구매(Purchase)로 이어지는 이 구조에서 ‘인지’ 단계는 주로 검색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잠재 고객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검색하면, 우리의 유용한 콘텐츠를 발견하고 웹사이트를 방문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제로클릭 환경에서는 이 첫 번째 단계에서 퍼널이 끊어집니다. 고객은 AI로부터 답을 얻고 검색을 종료하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와의 접점 자체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정보는 소비했지만 정보 제공자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존 마케팅 퍼널의 출발점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고객들이 우리 웹사이트에 들어오지 않고는 못 버티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번째 답은 First-Party Data, 즉 우리만이 가진 독점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First-Party Data는 기업이 직접 수집한 고유한 정보들을 의미합니다.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얻은 데이터, 내부 실험 결과, 자체 조사 결과, 고객 인터뷰, 실제 운영 경험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데이터는 다른 어떤 웹사이트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AI가 다른 소스와 조합해서 요약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CRM 도입률 통계”라는 일반적인 주제 대신 “우리 고객 500개사의 CRM 도입 후 영업 성과 변화”라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이는 오직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이며, 더 중요한 것은 이 정보를 완전히 얻으려면 반드시 우리 웹사이트를 방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First-Party Data 콘텐츠 실전 활용법
그렇다면 First-Party Data를 활용한 콘텐츠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핵심은 우리만의 경험과 데이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것입니다.
고객 성과 데이터 기반 콘텐츠가 가장 강력합니다. “일반적인 B2B 영업 전환율은 3%라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 CRM을 도입한 50개 기업의 평균 전환율은 7.2%였습니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데이터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AI가 요약하더라도 원본 출처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의 클릭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내부 실험 결과 공유도 효과적입니다. “우리 팀이 6개월 동안 A/B 테스트한 결과, 이메일 제목에 숫자를 넣으면 오픈률이 23% 증가했다”처럼 실제 실험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기록한 콘텐츠는 단순한 팁을 넘어서는 가치를 제공합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뿐만 아니라 실험 과정, 가설 설정, 실패 경험까지 함께 공유하는 것입니다.
고객 인터뷰와 사례 연구는 완전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반드시 우리 웹사이트를 방문해야 하는 콘텐츠입니다. 실제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 구체적인 도입 과정, 예상치 못한 문제들과 해결 방법 등은 그 자체로 독점적인 정보가 됩니다. 특히 “00 기업은 왜 3번의 CRM 도입 실패 후에 우리를 선택했는가”처럼 스토리텔링 형태로 구성하면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원본 콘텐츠를 찾게 됩니다.

생존 전략 2: 개인화된 콘텐츠와 ABM의 부활
제로클릭 시대의 두 번째 생존 전략은 개인화된 콘텐츠입니다. 모든 정보가 AI에 의해 일반화되고 요약되는 환경에서, 역설적으로 개별 고객만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안녕하세요, [고객명]님”처럼 이름을 넣는 수준의 개인화가 아닙니다. 특정 기업의 특정 상황, 특정 고민에만 해당하는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를 위한 CRM 가이드”가 아니라 “직원 200명 규모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가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겪는 고객 관리의 3가지 문제와 해결책”처럼 매우 구체적이고 타겟이 명확한 콘텐츠를 말합니다.
ABM(Account Based Marketing)이 제로클릭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ABM과는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전통적인 ABM은 효율성을 위한 개인화였습니다. “직원 100-500명 제조업체”처럼 업종과 규모로 그룹핑하고, “제조업 맞춤형 CRM 가이드” 같은 범용 콘텐츠를 여러 타겟 기업에 활용했습니다. 한 번 만든 콘텐츠로 10-20개 비슷한 기업을 공략하는 방식이었죠.
반면 제로클릭 시대의 ABM은 생존을 위한 극개인화입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A사가 베트남 진출로 인해 겪는 고객관리 이슈”처럼 오직 한 기업만을 위한 전용 콘텐츠를 만듭니다. 이런 콘텐츠는 다른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고, AI가 일반화해서 요약할 수도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관계 형성입니다. 제로클릭 환경에서는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중간 매개체 역할이 약해지면서, 오히려 직접적인 소통과 관계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ABM을 통한 1:1 커뮤니케이션, 맞춤형 워크숍, 개별 컨설팅 같은 휴먼 터치가 AI 시대에 더욱 차별화된 가치를 갖게 된 것입니다.

ABM + AI 시대 개인화 전략 실행 가이드
그렇다면 제로클릭 시대의 ABM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요? 전통적인 ABM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 타겟 어카운트 선정 기준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기업 규모나 업종 중심으로 타겟을 설정했다면, 이제는 “현재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와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IT 기업”이 아니라 “최근 6개월 내 급성장으로 인해 고객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100-300명 규모의 SaaS 스타트업”처럼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타겟팅하는 것입니다.
콘텐츠 제작 방식도 완전히 바뀝니다. 한 번에 여러 기업이 볼 수 있는 범용 콘텐츠 대신, 한 기업을 위해서만 만드는 전용 콘텐츠가 핵심이 됩니다. “A사의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예상되는 고객 관리 이슈 3가지와 대응 방안” 같은 제목의 콘텐츠는 A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수 정보가 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 개인화입니다. 타겟 기업의 공개된 정보들을 철저히 분석해서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합니다. “B사는 작년에 직원이 30% 증가했는데, 이런 급성장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고객 관리 문제는…” 같은 방식으로 그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직결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입니다.
유통 채널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일반적인 블로그 포스팅보다는 개별 이메일, 링크드인 직접 메시지, 맞춤형 랜딩 페이지 등 타겟 기업만 접할 수 있는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하면 AI가 크롤링할 수 없는 영역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두 전략의 시너지: 독점 데이터 + 개인화의 결합
First-Party Data와 개인화된 ABM 콘텐츠를 결합하면 제로클릭 환경에서도 뚫을 수 없는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두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증폭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에서 “제조업 고객들의 평균 CRM 도입 후 영업 효율성이 34% 향상되었다”는 인사이트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제조업체에게 “귀사와 유사한 규모의 제조업체들이 CRM 도입 후 경험한 구체적인 변화”라는 맞춤형 보고서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업계 통계가 아닌 우리만의 데이터이면서, 동시에 그 고객만을 위한 개인화된 콘텐츠인 것이죠.
더 나아가 타겟 기업의 현재 상황을 우리 데이터에 매핑하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C사는 현재 월 매출 10억원 규모인데, 우리 고객 중 비슷한 규모에서 CRM을 도입한 15개 기업의 평균 성과 개선 수치는…” 같은 방식으로 구체적인 예측과 기대효과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는 경쟁사가 절대 모방할 수 없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AI도 요약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만의 독점 데이터와 특정 기업의 상황이 결합된 정보이기 때문에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원본을 확인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실행 관점에서는 고객 여정 전반에 걸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마케팅 단계에서만 개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접촉부터 계약 후 온보딩까지 모든 과정에서 수집된 인사이트를 다음 ABM 캠페인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데이터 관리는 제로클릭 시대에 생존의 열쇠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전략, 즉 First-Party Data 기반 콘텐츠와 개인화된 ABM 모두 체계적인 고객 데이터 관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실행을 뒷받침할 데이터 인프라가 없다면 공허한 이론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First-Party Da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일관되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웹사이트 방문 패턴, 콘텐츠 다운로드 이력, 이메일 반응률, 영업 미팅 내용, 제품 사용 현황 등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ABM을 위한 개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타겟 기업의 현재 상황, 과거 인터랙션 이력, 관심사 변화, 의사결정 과정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진정한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로는 피상적인 개인화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CRM이 있습니다. CRM은 단순히 고객 정보를 저장하는 도구를 넘어, 제로클릭 시대 B2B 마케팅 전략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고객 데이터의 수집부터 분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된 경험 제공까지 – 모든 과정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로클릭 시대는 차별화의 시대
제로클릭 검색의 확산은 위기가 아닙니다. 새로운 게임의 시작입니다. AI가 일반적인 정보를 모두 대신 제공해주는 환경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창성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정보의 접근성만으로도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자체가 가치였죠. 하지만 이제는 모든 정보가 AI를 통해 즉시 접근 가능해졌습니다. 따라서 “이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가 진짜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B2B 마케터에게 이는 기회입니다. 더 이상 키워드 순위 게임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진짜 고객 가치 창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First-Party Data로 차별화된 인사이트를 만들고, ABM으로 개별 고객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새로운 승부처가 된 것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첫 걸음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가진 고유한 경험과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5개 타겟 기업을 선정해 그들만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하나씩 만들어보세요. 제로클릭 시대는 복사 가능한 콘텐츠의 종말이자, 진정한 차별화의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