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CRM을 쓰는데도 실패하는 이유, 영업 용어가 통일되지 않아서입니다
2002년 독일 상공, 71명이 목숨을 잃은 이유
2002년 7월 1일 밤, 독일 위버링겐 상공에서 참혹한 항공기 충돌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미국 DHL 화물기와 러시아 여객기가 공중에서 충돌하며 71명 전원이 사망했죠. 두 항공기 모두 TCAS(충돌방지시스템)를 장착하고 있었고,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고가 일어났을까요?
당시 관제사는 충돌방지시스템과 달리 러시아기에 “하강하라”고 무전 지시를 내렸습니다. 러시아 조종사들은 훈련상 ‘기계보다 관제사의 말이 우선’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시스템의 말을 따르지 않고 하강했어요. 결국 화물기와 항공기가 모두 하강하며 꽁무니끼리 부딪혀 추락했습니다. 현장에서 누구 말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었던 것이죠.
매출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장은 “이번 분기 매출 가능하세요?”라고 묻습니다. 팀원은 “가능할 것 같아요”라고 답하죠. “왜 그렇게 생각해요?” “느낌이 좋아요.” 이런 대화가 오가는 조직이라면, 이미 추락을 향해 가고 있는 비행기 일지도 모릅니다. 감과 직관에 의존한 Fast Thinking으로만 매출 조직을 운영하면 안 됩니다. 계산하고,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언어로 소통해야 합니다. 오늘은 위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매출 조직, 특히 영업팀이 필수로 정의해야 하는 5가지 영업 용어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콘텐츠 순서
영업 용어 1. 세일즈 파이프라인의 단계
대부분의 B2B 매출 조직은 Lead → MQL → SQL → 협상 → 클로징으로 이어지는 세일즈 파이프라인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각 단계의 정의가 팀원마다 다르다면? “이거 SQL이에요? MQL이에요?” “미팅 했으니까 SQL 아닌가요?” 같은 혼란이 반복됩니다.
따라서 영업 팀이 가장 먼저 정의해야 할 용어는 바로 SQL(Sales Qualified Lead) 단계입니다. 많은 조직이 “미팅을 했으면 SQL”이라고 느슨하게 정의의 하는데요.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팅을 했어도 “나중에 연락드릴게요”로 끝났다면, 그건 관심 표현일 뿐 구매 의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리캐치 팀은 영업 미팅을 수행했으며 + 예상 마감 일정이 확보된 잠재 고객을 SQL로 정의합니다. 예상 마감 일정이 있다는 것은 고객이 구체적인 구매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SQL 엄격하게 정의해야, 단계별 전환율과 예측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이렇게 CRM 도입 전후로 우리 기업의 영업에 맞는 정확한 SQL 단계를 정의하고 통일하면, 영업을 측정하고 관리하며 나아가 개선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 세일즈 미팅과 SQL 분리하여 관리함으로써 영업 전환율과 리드 타임에 대해서도 더 정확한 분석과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게 돼죠.

영업 용어 2. 딜의 온도를 측정하는 커밋 레벨
“이번 미팅 어땠어요?” “좋은데요, 분위기 좋았어요.” 이런 대화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매출 조직이 만들어내는 매출이 수억 원,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인데, “온도가 좋았다”는 것만으로 소통하면 엄청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캐치 팀은 커밋 레벨(Commit Level) 4단계로 딜의 온도를 측정합니다. 레벨 1은 단순히 호감이 있고 문제가 두루뭉술한 상태입니다. 레벨 2는 문제가 뚜렷하게 정의되었고 챔피언과 구매자의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한 상태이죠. 레벨 3는 챔피언뿐만 아니라 BUILD 프레임워크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한 상태입니다. 레벨 4는 예상 마감 일정과 예산이 협의된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야 진짜 게약이 될 만한 가망성 있는 딜이라고 판단합니다.
영업팀 회의를 할 때도 커밋 레벨 4부터 내림차순으로 검토합니다. 가장 계약 확실성이 높은 것부터 톱다운으로 보고, 레벨 3, 레벨 2 순서로 진행합니다. 레벨 1은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다음 회의까지 레벨 1을 레벨 2로 높여서 오면, 그때 논의합시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커밋 레벨을 기준으로 대화하면 영업 회의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영업 용어 3. “믿는 것 같아요”가 아닌 신뢰 단계
딜의 가망성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의 신뢰 단계도 측정합니다. “저 담당자분, 저희를 신뢰하시는 것 것 같아요.” “저희 편인 것 같아요.” 이런 표현으로는 신뢰 수준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골드만삭스 재팬 대표이사를 역임한 도키 다이스케 저서 “왜 나는 영업부터 배우는가“에서 신뢰 5단계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는데요. 리캐치 팀도 이를 활용해 고객과의 관계를 측정합니다.
1단계는 차갑다입니다. 형식적인 응대만 하는 수준입니다. 2단계는 형식적이다입니다. 필요한 정보는 주지만 그 이상은 없는 단계이죠. 3단계는 따뜻하다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잠재 고객이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추가 정보도 공유해줍니다. 4단계는 협력적이다입니다. 내부 사정을 알려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5단계는 친밀하다입니다. 프로젝트를 넘어 개인적 관계까지 형성된 상태입니다.
“지금 카운터파트 담당자와 신뢰 단계가 몇이에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3단계인데 4단계로 올리려면 뭘 해야 할까요?” “5단계까지 가려면 언제쯤 가능할까요?” 숫자로 측정할 수 있으면 관리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으면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소통해야 영업팀의 미스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CRM 기반으로 매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영업 용어 4. B2B 구매자 그룹 페르소나
딜을 진행하면서 만나는 여러 담당자인 구매자 그룹도 내부 기준에 따라 분류합니다. B2C는 한 사람만 설득하면 되지만 B2B는 다릅니다. 대리님,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 이사님, 상무님, 전무님, 대표님까지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단일 구매자가 아닌 구매자 그룹(Buying Committee)을 상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영업사원이 “실무자 만났어요”, “의사결정권자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같은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리캐치 팀은 BUILD 프레임워크로 구매자 그룹을 식별합니다. B2B 영업에서 만나는 담당자를 B, U, I, L, D 5가지 페르소나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B2B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딜 진척의 Driver가 되어줄 ‘챔피언’인데요. 이 사람은 의사결정권은 적지만, 대표님이나 임원진에게 “이 솔루션 도입해야 돼요”라고 귓바람을 넣어줍니다. 고객사 안에서 우리 제품을 대신 영업해주는 고객사 안의 영업 담당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의사결정권자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Leader(Financial Decision Maker)는 최종 사인만 해주는 사람입니다. 주로 회장님이나 대표님입니다. Manager(Managerial Decision Maker)는 사인하기 전까지 모든 것을 검토하는 관리적 의사결정권자입니다. Influencer(인플루언서)도 있습니다. 내부 전문가와 외부 전문가로 나뉩니다. 외부는 주로 고문단입니다. 실제로 국내 한 해충 퇴치 기업은 B2B 라인을 따기 위해 고문단 구성에만 연간 수십억 원을 쓴다고 해요.
User(실사용자)는 딜을 성사시킬 수는 없지만 무산시킬 수는 있는 사람입니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실제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사람들입니다. 좋다고는 잘 안 하지만, 안 좋은 건 뾰족하게 전달하는 사람이죠. 마지막으로 Blocker(블로커)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게이드키퍼도 있고, 뒤에서 숨어 있다가 막판에 딜을 무산시키는 스나이퍼도 있습니다. 영업 팀 내에서 대화할 때도 “이번에 블로커 없어요?” “누가 게이트키퍼 역할 하는 것 같아요?”처럼 통일된 용어로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딜을 안전하게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BUILD 프레임워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B2B 영업에서 딜이 막판에 무너지는 이유 #BUILD 프레임워크로 구매자 그룹 정복하기]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업 용어 5. 모든 용어를 종합하여 쓰여진 매출 보고서, 미팅록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영업 용어를 단순 대화에 그치지 않고 미팅록으로 기록하고, CRM에서 필드화해야 합니다. “지난 9월 14일 삼성전자 방문. 본부장님 만남. 느낌 좋았음.”과 같이 영업 용어 없이 기재된 메모는 단순 방명록입니다. 미팅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쓰여진 영업팀의 미팅록은 매출의 보고서가 됩니다.
리캐치 팀의 미팅록에는 필수 항목이 있습니다. 커밋 레벨, 넥스트 액션(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고객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과 문제, 예상 마감일자, BUILD 프레임워크의 구매자 그룹 식별 여부, BANT(Budget, Authority, Needs, Timeline), 그리고 블로커 존재 여부와 극복 방안입니다. 블로커는 사람일 수도 있고, 제도나 문화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팅록 작성하느라 퇴근을 12시, 1시에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AI를 활용하면 10초 만에 미팅록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대신 AI에게 앞서 소개한 우리의 영업 용어의 기준과 정의를 사전에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팅록이 빽빽하게 쌓이면, 그것이 팀의 자산이 됩니다. 뛰어난 영업사원도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는데요. 잘 정리된 미팅록은 영원히 회사의 자산으로 남습니다. 신규 입사자도 과거 미팅록을 보며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고객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죠. CRM이 문화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공통 언어 없이는 CRM도 무용지물이다
세일즈 파이프라인, BUILD 프레임워크, 커밋 레벨, 신뢰 5단계, 미팅록.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공통의 언어입니다. 팀 전체가 같은 영업 용어로 소통할 수 있어야 매출 조직이 체계적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CRM 시스템을 도입해도, 영업 용어가 통일되지 않으면 CRM에 기록된 정보는 가치와 매출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2002년 독일 상공에서 7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통일되지 않은 이유였죠. TCAS를 따를 것인가, 관제사를 따를 것인가. 누구의 말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었던 것입니다. 매출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SQL이 뭐예요?” “커밋 레벨이 뭐예요?” “챔피언은 누구예요?” 이런 질문에 팀원마다 다른 답을 한다면, 그 조직은 이미 충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잘하는 영업조직을 넘어 성장하는 영업 조직이 되려면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가장 전설적인 영업 조직으로 불리는 정밀 부품 제조사인 키엔스(KEYENCE)의 영업사원 평균 연봉은 일본 상장사 중 최고 수준인 1억 8천만 원에서 2억 5천만 원입니다. 키엔스가 이렇게 성장하는 영업 조직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매일 아침 8시 롤플레잉이었다고 합니다. 롤플레잉 시간에서는 선배와 후배가 모여 새로 나온 제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연습하고, 한 명은 고객 역할, 한 명은 세일즈 역할을 하며 까다로운 질문을 주고받았다고 해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1970년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판매하며 전 세계 1등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윤석금 회장이 이끈 영업팀이 최우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도 롤플레잉이었다고 해요. 신제품이 나오면 계속해서 고객 역할과 영업 역할을 바꿔가며 훈련했고, 이렇게 운동선수처럼 반복 연습하는 문화는 웅진의 영업 DNA가 되었습니다.
리캐치 팀도 매주 금요일 오전 9시에 롤플레잉을 진행합니다. 실제로 롤플레잉을 시행한 후 주니어 영업 담당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계약 금액이 무려 10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연간 계약 기준으로 최대 150만 원 정도였던 주니어 담당자가 최근에는 1,400만 원, 1,500만 원, 그리고 곧 2,000만 원대 계약까지 성사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속 고객 역할을 하고, 판매 연습을 하고, 질문하고, 답변하다 보니 실력이 늘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엄 담당자 개개인의 매출 달성률을 높이고 싶다면, 공통의 영업 언어부터 정의해 보세요. SQL은 무엇인가, 챔피언은 누구인가, 커밋 레벨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신뢰 단계는 몇 단계인가. 이런 용어들을 영업 팀 전체가 같은 의미로 사용할 때, 비로소 CRM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정의한 공통 영업 용어를 몸에 익히려면 롤플레잉 같은 훈련 문화도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좋은 CRM을 도입하고서도 변하지 않았던 매출이 달라지는 것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CRM은 도구가 아니라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리캐치 고객 컨설턴트의 인터뷰 “CRM은 문화입니다” 를 확인해 보세요.


성장하는 영업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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